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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 정재찬

Created
2021/12/19
Tags
인문학
인생
사랑
가족
부모
읽기 시작
완독 날짜
2021-12-19 @이영훈
인문학은 사람의 인생을 생각하게 해 보게 해줍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면서도 씁씁하기도 하였고 때론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좋았던 부분이 너무나도 많기에 모두 기록으로 남기기보다 일부만 기록으로 남기도 포스트잇으로 표시한 부분을 시간이 지난 나중에 또 다시 읽어보고 싶습니다.

2장 돌봄. 부모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 정채봉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시간만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 내어 불러 보고
숨겨 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겠지> (샘터, 2006)
아버지의 꼬리 - 안상학
딸이 이럴 때마다 저럴 때마다
아빠가 어떻게든 해볼게
딸이 장담하다 어쩐지 자주 듣던 소리다 싶어
가슴 한 쪽이 싸해진다
먹고 죽을 돈도 없었을 내 아배
아들이 이럴 때마다 저럴 때마다
아부지가 어떻게든 해볼게
장담하던 그 가슴 한쪽은 어땠을까
아빠가 어떻게든 해볼게
걱정 말고 네 할 일이나 해
딸에게 장담을 하면서도 마음속엔
세상에서 수시로 꼬리를 내리는 내가 있다
장담하던 내 아배도 마음속으론
세상에게 무수히 꼬리를 내렸을 것이다
아배의 꼬리를 본 적이 있었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아배의 꼬리는 떠오르지 않는데
딸은 내 꼬리를 눈치챈 것만 같아서
노심초사하며 오늘도 장담을 하고 돌아서서
가슴 한쪽이 아려온다 꿈틀거리는 꼬리를 누른다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실천문학사, 2014)

3장 건강. 마음

다른 사람들, 남의 집을 보면 다 잘 사는 것처럼, 다들 행복하게 사는 것처럼 보입니다. 멀리서 보니까요. 하지만 나 자신, 우리 집을 보면 우울해집니다.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비극적인 부부만 돋보입니다. 가까이서 보니까요. 마찬가지로 자기 인생도 지금 당장의 가까운 시점에서 보면 비극입니다. 하지만 며칠, 몇 달, 몇 년이 지난 후 멀찌감치 돌이켜보면 별거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 행복하려면 자기 자신을 약간 떨어진 자리에서, 좀 더 객관적인 시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p.152

4장 배움. 공부

길 - 신경림
사람들은 자기들이 길을 만든 줄 알지만
길은 순순히 사람들의 뜻을 좇지는 않는다
사람을 끌고 가다가 문득
벼랑 앞에 세워 낭패시키는가 하면
큰물에 우정 제 허리를 동강내어
사람이 부득이 저를 버리게 만들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것이 다 사람이 만들 길이
거꾸로 사람들한테 세상 사는
슬기를 가르치는 거라고 말한다
길이 사람을 밖으로 불러내어
온갖 곳 온갖 사람살이를 구경시키는 것도
세상 사는 이치를 가르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래서 길의 뜻이 거기 있는 줄로만 알지
길이 사람을 밖에서 안으로 끌고 들어가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는 것을 모른다
길이 밖으로가 아니라 안으로 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에게만 길은 고분고분해서
꽃으로 제 몸을 수놓아 향기를 더하기도 하고
그늘을 드리워 사람들이 땀을 식히게도 한다
그것을 알고 나서야 사람들은 비로소
자기들이 길을 만들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쓰러진 자의 꿈> (창비, 1993)
뜻을 이루기 위해 길을 찾는 그것도 훌륭하지만, 이 길에서 뜻을 찾는 것도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하고 말이죠. 그 이후로 비로소 남들이 길이 아니라 내 안의 길에서 뜻을 찾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p. 195

5장 사랑. 열애

“누구든 자기가 길들인 것들밖에는 알 수가 없어. 이제 사람들은 뭔가를 알 시간이 없어. 그들은 상점에서 다 만들어진 물건을 사지. 하지만 친구를 파는 상점은 없어. 그래서 사람들에겐 이제 친구가 없는 거야. 친구를 갖고 싶다면 나를 길들여줘!”
“어떻게 하면 되지?”
어린 왕자가 물었습니다.
“인내심을 가져야 해. 우선 내게서 조금 떨어진 숲 위에 그렇게 앉는 거야. 내가 너를 곁눈질하는 동안, 넌 침묵을 지키는 거지. 말이란 오해의 씨앗이야. 하지만 하루하루 지나가면 너는 내 옆으로 점점 가까이 다가와 앉게 될 거야”
여우는 인내심을 강조합니다. 침묵을 지키는 인내심, 침묵하면서도 함께 지낼 수 있는 인내심, 침묵 덕에 서로가 더욱 가까워질 때까지 견뎌내는 이내심 말입니다. 사랑은 속도전이 아닙니다. 서서히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입니다. 오해할일이 벌이지지 않을 정도로, 오해할 일이 벌어져도 오해하지 않을 정도로 말이죠. p.217

5장 사랑. 동행

울리히 과 그의 아내 엘리자베트 벡이 함께 쓴 <사랑은 지독한, 그러나 너무나 저상적인 혼란>이라는 책에 의하면 우리 현대인들이 사랑하기가 힘든 건 불확실성 때문입니다. 근대 이후 개인은 미리 정해진 신분적 운명이나 전통 등으로부터 자유로워졌지만, 그 자유는 무한정의 불확실성과 선택지들 앞에 내던져질 자유이기도 했던 것. 봉건으로부터의 해방은 개인에게 성찰의 세계를 열어주었지만, 동시에 안전감의 토대인 확실성의 뿌리를 제거해버리는 결과를 빚었다는 것입니다. p. 232

7장 소유. 잃은 것

스타브 잡스의 유명한 스탠퍼드 대학 졸업 축사의 일부
죽을 날이 그리 멀지 않음을 기억하는 것은 인생의 중대한 결정들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는 도구들 중 가장 중요한 겁니다. 왜냐하면 거의 모든 것들, 모든 외부로부터의 기대, 자존심, 당혹감이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 등 이 모든 것들은 죽음 앞에서 맥을 추지 못하며 정말 중요한 것만 가려내주기 때무닝ㅂ니다.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은 여러분이 무언가를 잃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함저을 피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미 가진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가슴으로 느끼는 대로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